"알파벳만 알던 제가 영어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게 희망이 될 것 같아요."
현재는 수강생 1000명이 넘는 인기 영어강사인 박정원(36)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물론 어학연수를 간 적이 없다.
그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군 복무를 마치고 연세대 사회체육학과에 복학한 2004년이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앞서 토익 점수를 딸 계획이었다. 토익과 회화 학원에 등록했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기초 실력이 부족해 학원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도 문제였지만 실생활과 거리가 먼 시험대비용 찍기 위주로 가르치는 수업방식에 적잖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혼자 영어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그는 영어책 대신 애니메이션을 잡았다. 토이스토리 같은 애니메이션을 자막 없이 보고 또 봤다. 정확히 문장이 들릴 때까지 반복했다. 그러고는 쉬운 대사는 외우기 시작했다. 문장을 외우는 습관을 들이자 영어 대사에 더 집중하게 됐다.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에는 미국 드라마에서 뉴스로 점차 수준을 높여갔다. 철저히 듣고 외우는 방식을 이어갔다. 그는 "영어 공부를 지겹게 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좋아했던 팝송과 영화를 활용했다"며 "때론 영화 대사를 역할에 맞게 연기하는 것처럼 즐겁게 외웠다"고 말했다.
하루에 열 시간 이상 1년간 매달리자 그의 실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별히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처음 본 토익시험에서 800점을 가볍게 넘겼다. 그는 "실력이 쌓이는 것이 느껴지자 재미가 붙어 더 열심히 했다"며 "나만의 공부법에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그는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영어 강사가 됐다.
키워드는 문장 암기와 발음 교정
그가 강조하는 영어 학습법은 문장 암기와 발음 교정이다. 우선 그는 CNN과 영화를 끊임없이 청취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 6개월간은 계속 반복적으로 듣고 지문을 외우라는 것이다. 이때는 원어민의 발음을 모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단 2분짜리 뉴스 대본을 완벽히 외우기 위해 일주일이상 매달렸던 과거의 경험을 회상했다.
"뉴스건 영화건 중학교 교과과정 내에서는 단어수가 3500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청취자가 어렵게 느끼는 것은 아는 단어인데 듣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지요. 뉴스 앵커의 발음은 가장 정확하고 깔끔해서 이를 토대로 훈련하면 듣기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져요. 자신의 영어발음 방식을 버리고 뉴스 앵커 발음을 똑같이 흉내내면 들리는 단어의 수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회화도 유창해져요."
외운 문장과 대사는 반드시 말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친구를 앞에 두든 거울을 보든, 아니면 벽에 대고 혼자 말하든 상관없다. 머릿속으로 외우는 것과 입 밖으로 직접 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말하면서 외우다 보면 본인이 어떤 발음이 부족한지를 점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박씨는 영어울렁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 '바쁘다' '해도 안 될 것 같다'라는 핑계를 대기 이전에 본인이 과연 최선을 다해 영어 훈련을 한 적이 있는지부터 반성하라"며 "추천한 방식으로 6개월만 따라 하면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의 실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정원씨가 추천하는 영어문장 암기 TIPS
1. 뉴스와 영화 등의 문장들을 끊어가며 하나씩 가능한 크게 따라 읽는다(에코 리딩). 한 문장씩 들으며 카세트를 멈추고(일시정지 기능 활용) 들은 문장을 외워서 말하는 방식이다. 발음은 가능한 똑같아질 때까지 계속해서 한다. 단, 국민교육헌장 외우듯이 뉴스를 쭉 암송해서는 안 된다.
2. 한글 해석본이 있을 경우, 해석된 한글 문장을 보고 영어로 바꿔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워야 한다.
3. 감이 잡히면, 덩어리로 리듬을 타면서 문장을 외워본다(쉐도우 리딩)
4. 문장을 어느 정도 외운 다음에는 훈련한 내용을 점검해야 한다. 한 번에 암기과목 공부하듯 외우고 진도를 떼듯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2~3분의 짧은 뉴스를 외운다고 한다면, 매일 10~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며칠 전 외운 문장을 계속 들으며 반복하는 것이다.
5. 자신이 훈련한 뉴스, 시트콤, 영화 등을 MP3 파일이나 테이프로 만들어 듣고 다닌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효과가 좋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 안을 잘 활용하면 하루 한 시간 이상 추가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6. 뉴스의 경우 처음 한 주간은 2분 정도의 뉴스 중 한가지 주제만 정해서 훈련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기 보다는 점점 분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반드시 에코 리딩과 쉐도우 리딩 모두 훈련해야 한다.
7. 영화나 시트콤은 배우의 연기를, 뉴스는 아나운서를, 팝송은 가수의 감정과 입모양을 따라해야 효과가 좋다. 어느 정도 외워지면 뉴스는 내용 요약을, 시트콤은 줄거리를 적어보면 쓰기 실력도 함께 향상된다. 적은 것은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듯이 말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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